출근길에 자꾸 눈이 가는곳이 있다.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서울식물원 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양천로 건널목 앞 빈 공터다. 이곳에는 미루나무 한그루가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루나무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는 주인잃은 둘레석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내가 미루나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여름휴가가 끝난 출근길이었다. 나무 옆 아파트 공사장 가림막에 나무 절단작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는 듯 미루나무는 무성한 잎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이 미루나무는 거의 10층 아파트 높이로 수령이 70~80년은 넘어 보였다. 올봄 아파트 공사 때 인부들이 나무 주위에 둘레석을 치는 것을 보고는 안심했는데 안전진단 결과 베어내기로 한 것 같다. 마지막 잘리기 전 나무 밑동에 막걸리 한잔이라도 뿌려줄 걸 그랬다.
강서구 양천로47길 초입에 위치한 미루나무는 서울도시주택공사(1989년 2월 1일 설립)에서 나무병원의 진단을 받은 결과 수목 하부에 동공(구멍)이 크게 보여 태풍 등에 의해 쓰러질 위험이 높아 제거를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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