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불러온 욕심과 양극화 / 출처 : 픽사베이
구름 한점 없는 깨끗한 맑은 하늘. 하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미세먼지로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최근 들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바로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비말감염으로 강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마스크는 외출할 때 이제 필수품이 되었다.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밖에 나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남들에게 혹시 감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배려이기도 한 마스크. 그랬기에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1월 말 무렵부터 나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첫 번째 여정 - 대형마트
1월 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차 증가하자 우선 마스크를 사러 집 근처 대형마트로 달려갔다. 마트에서는 역시나,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진 만큼 마스크 판매가 마트 입구쪽에서 진행하고 있었기에 찾기는 쉬웠다. 내가 갔을 때 이미 스무명 남짓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직원분께서 가져다주는 마스크를 하나둘씩 집어가고 있었다. 한세트에 일회용 일반 마스크 10장 남짓 들어있는 1000원짜리 마스크 세트. 지금은 상상도 못할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상황이 곧 벌어졌다. 한 남성분이 매대 앞을 카트로 가로막은 채 한손 가득 마스크를 집어들며 빠르게 자신의 카트에 차곡차곡 쌓아 올렸던 것이다. 어느덧 매대는 점차 비어갔고 매대 앞 사람들은 그를 곁눈질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직원분께서 가져오신 흰색 마스크는 모조리 그 카트에 담겼고 검은색 마스크만 남은 상태에서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흰색 마스크 하나만 가져가면 안되겠냐는 몇몇 사람들의 애원 섞인 말을 침묵으로 무시한 채 그는 수량이 동날 때까지 카트 가득히 검은색 마스크까지 담은 상태에서 유유히 떠났다. 그가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 그 사이 마트에서 보유하던 수백개의 일반 마스크 물량은 동이 났고 그 당시에 있던 기껏 스무명 남짓 사람들만이 한 두개 세트만 구입할 수 있었다. 나는 가까스로 한 세트를 구입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뒤늦게 찾아온 사람들은 한숨만 내쉬며 빈손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계산대로 향했을 때 우연히 마스크 독점하신 분께서 “이거 사 말아? 그럼 어디서 팔아?”라며 큰 목소리로 전화 통화하시는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
두 번째 여정 - 온라인 쇼핑몰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KF80이나 KF94 마스크 착용을 권고함에 따라 2월부터는 KF인증이 달린 마스크를 구입하고자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2월초가 되자 벌써 대형마트나 약국에서는 모든 종류의 마스크 재고가 남아있지 않았다. 이에 각종 온라인 쇼핑몰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온라인에서는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스크 품귀현상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대부분의 KF94 마스크는 품절인 상태였으며 구입 가능한 쇼핑몰에서는 하루 이틀마다 마스크의 값을 올리고 있었다. A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1월 27일 당시 KF94와 85 마스크 총 100개를 49,800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나 3일만에 14,8000원으로 약 3배 가격을 높여서 팔고 있었다. 더불어 L 쇼핑몰은 1월 20일경에 KF94 마스크 30매에 16,500원으로 판매했으나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그 가격은 115,500원으로 가격을 7배나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마스크 가격을 올리는 탓에 선뜻 마스크를 구매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가격에 부담감을 느껴, 나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M 온라인 쇼핑몰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기존의 정상가에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특히 품절된 마스크가 언제 입고할지 문자로 알려준다고 하여 나는 서둘러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했다. 가입하기 위해서는 내 개인정보들을 제공해야 했지만, 이에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마스크는 아예 판매상품에 존재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 관련한 공지가 팝업창으로 제시되었기에, 더욱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신규 회원들도 마스크 판매를 미끼로 회원가입을 유도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마스크를 어떻게 구매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나는 마스크 대신하여 마스크에 부착하는 필터를 저렴하게 판다는 소식을 새롭게 접하게 되었다. 일반 마스크에 필터를 부착하여 KF80 마스크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제품 설명, 긍정적인 후기, 그리고 KIFA라는 공식인증처리가 되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상품을 다급하게 주문했다. 그 당시 나는 마스크 필터마저도 품절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필터 20매에 9,900원인 저렴한 가격은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배송을 요청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보았다. 그 마스크 필터 업주가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품을 허위로 광고하여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에 배송을 도로 취소했고 마주한 상황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리사욕은 이제 그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마스크 수요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마스크 대란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이는 안타까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의 원인이 “오롯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경우는 마땅히 심각한 문제에 해당한다. 마스크는 바이러스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안전권을 보장하는 물품이다. 개인의 사적 이익 이전에 국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와 코로나 확산 방지는 우선시 되어야 할 것들이지 않는가.
앞서 밝혔듯이 마스크 구매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후 나는 인터넷에서 다른 피해 사례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싼값에 마스크를 사재기 한 후 비싼값으로 되팔고 가짜 마스크를 제조해 판매하고,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코로나 사태 이전에 구매한 고객들의 제품을 품절이라고 속이는 등 각종 사기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정부에서는 마스크 매점매석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하고 우체국과 약국에 마스크를 저렴한 가격에 수급하는 등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몇몇 마스크 기업들은 마스크를 저렴한 가격에 게릴라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 대란 속 피해자들은 생겨나고 있으며 마스크 가격은 통계청 조사결과 장당 평균 4,000원에 해당한다. 소수의 착한 마스크 기업에서 제한된 수량의 마스크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희박할 따름이다.
이러한 시기에 업주들의 양심과 배려가 더욱더 필요하다. 물론 누군가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이를 포기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고 사람들의 불안감이 날로 증가하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생각하자. 힘든 시기 속을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현재,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이다영 / 바람 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2020. 3. 2 18:44 환영합니다 :), 지속가능 '바람' :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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