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단오풍정이란 유명한 그림이 있다. 혜원 신윤복의 작품인데 단옷날에 냇가에서 기녀들이 그네를 타기도 하며 속살을 드러낸 채 목욕을 하고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는 풍경이다. 단오를 즐기며 액을 물리치는 의식이기도 한데 바위 뒤에서 동자승 둘이 이 장면을 훔쳐보고 있어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으로 신윤복이 살던 조선후기 단옷날의 일반적인 풍경을 보는 듯하다.
단오는 양기의 숫자 5가 두 번 겹치는 음력 5월 5일로 '높은 날' '신 날'이란 뜻의 수릿날이라 부르는 날이다. 보리를 수확하고 모심기가 끝난 뒤 잠깐의 여유 속에 하루 종일 한바탕 놀면서 즐기는 명절로 오래전부터 농경사회에서 풍농 기원제의 성격을 지녔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이런 전통문화가 잘 전승된 강릉단오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문화적 독창성과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어느 한 마을에 수령 500여년 된 나무가 있다면 그 마을은 최소한 500년 전부터 문화를 형성하면서 사람이 거주했고 나무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수원에 수령이 약 53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에서 단오제가 열리고 있다. 영통구 청명마을의 영통청명단오제다. 제13회 영통청명단오제가 지난 16일 저녁 전야제를 시작으로 17일 영통단오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16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느티나무 앞에서 열린 전야제는 경기방송 장벽진의 바운스 바운스 특집 오픈 스튜디오로 진행됐다. 장벽진의 재치 있는 진행 속에서 '연남 갱스타' '양송회' '우연이' '오로라' '헤일로' '울랄라 세션' 등 초대가수들의 열창은 전야제 구경나온 시민들을 즐겁게 해줬다. 흥에 겨운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어깨춤을 추면서 전야제를 즐겼다.
영통청명단오제는 17일 새벽 청명산 정상 부근 약수터에서 산신제를 지내면서 시작됐다. 새벽에 가파른 청명산을 오르는데 숨은 턱에 차고 산 모기들이 먹이를 기다렸다는 듯 새까맣게 달라붙었다. 영통1동 주민센터 직원들과 영통청명단오제보존위원회 회원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물을 바위 위에 차려놓고 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제례를 지냈다. 제례 마지막 순서에 영통청명단오제보존위원회 오이환 위원장과 최영옥 시의원은 단오제 발전과 마을사람들이 연중 무병하고 평온무사하기를 기원했다. 영통청명단오제는 산신제에 이어 사방에서 취타대와 풍물단이 입장해 느티나무를 돌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고은소리예술단이 경기민요를 불러 분위기를 띄웠고 수원여성실버합창단의 합창곡, 고전무용인 태평무 등의 공연이 열린 후 느티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내며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이날 당산제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초헌관, 김형식 대한노인회 영통구지회장이 아헌관, 허정훈 영통청명단오제보존위훤회 위원이 종헌관, 김봉수 위원이 대축을 맡아 의식을 진행했다.
초헌관으로 참여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 느티나무가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에 선정된 것을 아시지요? 2016년에 산림청에서 전국의 보호수 1만4000여 그루 중 으뜸 보호수 100주에 선정 됐고 '이야기가 있는 보호수' 책자의 표지를 장식한 유명한 느티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펼쳐지는 영통청명단오제가 더욱 발전하고 시민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 마음껏 즐기면서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당산제를 마치자 주최측에서 준비한 떡, 수박, 막걸리 등의 음식을 나눠줬다. 요란한 취타대 소리와 함께 장용영 군사를 앞세우고 정조대왕과 혜경궁홍씨가 행사장에 들어왔다.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시범을 한 후 포토타임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도 인기가 많아 긴 줄이 늘어섰다. 정조대왕 나들이를 본 영통 주민들이 가을에 열리는 제55회 수원화성문화제에도 많이 참여해 즐겼으면 한다.
느티나무 앞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야, 고마워! 네 소원은 뭐니? 소원을 말해봐!' 단옷날 소원 빌기 행사가 열렸다. 하트용지에 소원을 쓰는 행사였는데 인기가 많아 하트용지가 빼곡하게 걸렸다. '대한민국 흥성하고 수원시 번창하라!'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오늘이다' '고입 고득점, 수능 대박!' 등 재치 있는 글, 의미 있는 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단옷날 민속경기로는 그네뛰기, 팔씨름, 새끼 꼬기, 제기차기 등이 열렸다. 체험행사로는 상쇠, 상모놀이, 봉숭아 물들이기, 단오부채 가훈쓰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떡메치기, 컬링체험, 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 소달구지 여행 등의 행사가 열렸는데 체험부스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즐겼다. 부대행사로는 먹거리장터, 북카페, 풍물장, 생태자전거 솜사탕 만들기, 고물이 보물이다, 찾아가는 작은 미술관, 창작시 전시, 이동식 건강검진센터 등이 운영됐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단오제였다. 대부분의 행사부스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봉사에 의해 운영됐다.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통지역은 오래전부터 지역주민들 주축으로 청명산 산신제와 느티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1994년부터 영통, 영덕지구 신시가지가 형성되면서 급속한 도시화로 마을의 모습은 바뀌었고 타지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기존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뜻있는 주민들과 영통1동 사무소 관계자들이 마을 전통 복원에 나서면서 2005년 영통청명단오제 막이 오른 것이다.
영통청명단오제는 도시화로 해체된 공동체가 느티나무를 구심점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민이 화합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축제로 발전해야한다.
영통청명단오제보존위원회 오이환 위원장은 "영통청명단오제는 영통의 안산인 청명산의 샘터에서 기원고사를 올린 후, 이곳 당산나무 아래서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주민의 안녕과 화목,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면서 즐거운 놀이를 했던 마을 문화의 원형이었습니다. 영통청명단오제보존위원회는 산업화, 도시화와 더불어 끊어졌던 동제의 명맥을 이어 당산제향을 고증하며 전통의식을 복원해 옛날의 아름다운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앞으로도 단오제 발전과 보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한정규 시민기자, "영통청명단오제, 주민화합 한마당 축제 성료", e수원뉴스, 2018-06-21>
사통팔달 프로그램 앞으로 여러 사연이 담긴 편지가 오는 터라 이번에도 그런 사연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더라구요.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의 공식 편지봉투를 이용해 등기로 도착한 편지 봉투 안에는 학생들의 글과 27만원(통상황증서+현찰 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학생들끼리 벌금을 모아 학급 회비를 마련했다는 것, 그리고 뜻밖에 학급 친구가 다쳐 학급비를 사용했다는 것, 그러다보니 금액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 싶다는 것, 전년도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3학년 1반 선배들도 그렇게 했다는 것 등이 담긴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본 순간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들의 선행을 널리 알리고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깁니다.
ps1. 경기자동차과학고등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을 잘 키워주신 담임선생님,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ps2. 전년도 경기자동차과학고 3학년 1반 학생들의 후원과 관련한 기사를 볼 수 있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가지로 학급비를 키워갔습니다. 지각 비는 칼 같은 종소리 시간에 맞춰 오 분 간격으로 오백 원씩 올라가기 때문에 단 일분차이로 어떤 친구는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어떤 친구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였고, 자기 주변 쓰레기도 매일 꼼꼼히 체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반 위생상태도 청결해지고, 지각하는 학생도 적어졌습니다.
욕설도 친구들끼리 서로 벌금을 매기려 지켜보고 있으니 모두들 말투도 고와졌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돈이 모이던 도중에 친구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한번 있었습니다.
체육대회 예선전으로 배구시합에 선수들을 뽑는데, 그 친구가 하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많이 다친 친구여서 처음엔 모두 반대했지만,
그 친구의 열의가 너무나 강해서 결국은 배구시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서로 공을 걷어내려다가 작은 충돌이 있었는데, 하필 그 다리에 부딪힌 것입니다.
그 뒤로 친구는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고, 뜻밖의 진단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주 희귀하고 드문 경우로 후천적인 혈우병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저희 학급 친구들이 문병을 갔을 때 친구의 어머니는 정말 힘들어 보이셨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급비의 일부분을 드
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모두들 친구를 돕는 것에 흔쾌히 동의하였고, 학급비의 일부를 약소하나마 위로금으로 드렸습니다.
그 뒤로도 학급비를 모아 보았지만, 어찌나 애들이 착실해 졌는지 지각생이 거의 없어져서
학급비가 정말이지 모이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2학기 말이 되어 졸업을 앞두게 되었고, 그 동안 모인 학급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하였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저희의 선택에 맡기셨고, 그에 대한 저희의 결정은 모두 같았습니다. 비록 작년의 선배님들처럼 큰 돈이 모인 것은 아니지만, 저희도 모두 의미 있게 쓰자는 생각에 학급비 전부를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도 경기방송에서 불우이웃의 집짓기와 같이 의미있는 일에 저희 선배님들이 기부하신 돈을 써주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올해도 저희 3학년 1반 일동은 경기방송에서 약소한 금액이지만 저희의 학급비를 의미 있는 곳에 또 써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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